아스파라거스 데치는 시간은 100초면 됩니다

아스파라거스를 사 와서 그냥 익혔다가 질겨서 실망한 적 있으십니까. 사실 그건 채소 탓이 아닙니다. 저도 시장에서 이 품목을 다루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손질 순서 하나만 바꿔도 먹는 맛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밑동 처리부터 데치기, 보관까지 제가 직접 겪은 방법을 풀어드리겠습니다.

구운 아스파라거스를 스테이크와 감자에 곁들인 접시

밑동 제거: 채소가 알려주는 경계선

시장에서 아스파라거스를 팔던 시절, 손님들이 가장 많이 실패하시는 이유가 바로 밑동이었습니다. 사 가신 분들이 며칠 뒤 돌아와서 "이거 원래 질긴 채소 아닌가요?" 하고 물어보시면, 저는 늘 같은 질문을 드렸습니다. "혹시 아래쪽 그냥 드셨어요?"

아스파라거스 줄기 아랫부분에는 목질화(木質化)된 섬유질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목질화란 식물 세포벽이 단단해지면서 나무처럼 굳어지는 현상을 뜻합니다. 아무리 오래 익혀도 이 부분만큼은 부드러워지지 않고 질긴 채로 남습니다. 문제는 어디서 잘라야 하는지 눈으로는 잘 모른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제가 손님들께 항상 알려드린 방법이 있습니다. 칼 필요 없습니다. 줄기 양 끝을 양손으로 쥐고 천천히 구부려보면, 어느 지점에서 툭 하고 자연스럽게 부러집니다. 이 지점이 바로 목질화된 부분과 부드러운 부분의 경계선입니다. 채소가 알아서 가르쳐주는 겁니다. 그 경계 아래쪽은 과감하게 버리시면 됩니다.

굵기에 따라 한 가지 작업이 더 필요합니다. 가는 아스파라거스는 밑동만 잘라내면 끝이지만, 엄지손가락만큼 굵은 것은 껍질을 따로 처리해야 합니다. 아래쪽에서 5~7cm 정도까지 필러(peeler)로 겉껍질을 얇게 벗겨주면 됩니다. 필러란 감자나 당근 껍질을 밀어서 벗기는 주방 도구를 말합니다. 이걸 안 하면 속살은 부드러운데 겉껍질만 질기게 남아서 씹을 때 거슬리게 됩니다. 굵은 것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고, 굵기에 맞게 손질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손질 순서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줄기 양 끝을 양손으로 잡고 구부려 목질화된 밑동을 손으로 부러뜨린다
  2. 굵은 아스파라거스는 밑동에서 5~7cm 구간을 필러로 얇게 껍질 벗기기
  3. 세척 후 바로 조리하거나, 물기를 닦아 냉장 보관

데치기와 굽기: 2분을 넘기지 마십시오

손질을 제대로 했어도 조리에서 망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스파라거스는 열에 아주 민감한 채소입니다. 제가 집에서 처음 데쳤을 때 딱 이 실수를 했습니다. "채소니까 좀 더 익혀야지" 하고 3분쯤 뒀더니 선명하던 초록색이 누렇게 죽고, 씹으면 물컹했습니다. 그다음부터는 무조건 시간을 재기 시작했습니다.

블랜칭(blanching)이 핵심입니다. 블랜칭이란 끓는 물에 짧게 데친 뒤 곧바로 얼음물이나 찬물에 넣어 열을 멈추는 조리 기법을 뜻합니다. 이 방법을 쓰면 엽록소(葉綠素)가 파괴되지 않아 선명한 초록빛이 유지됩니다. 엽록소는 식물의 녹색을 만드는 색소 성분인데, 열을 오래 가하면 갈변하면서 색이 탁해집니다. 소금을 약간 넣은 끓는 물에 아스파라거스를 넣고, 굵기에 따라 90초에서 2분을 기준으로 잡으십시오. 저는 가는 것은 백 초, 굵은 것은 1분 50초 정도로 봅니다. 건져낸 즉시 찬물에 담가야 색이 삽니다.

굽는 방식도 자주 씁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방법이기도 한데,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중강불에 올려 굴려가며 2~3분 구우면 됩니다. 겉면에 살짝 그을음이 생기면서 단맛이 올라오는 게 확실히 느껴집니다. 삼겹살 구울 때 빈 자리에 아스파라거스를 올려두면 고기 기름을 머금으면서 또 다른 맛이 납니다. 이건 레시피라기보다 그냥 제가 자주 하는 방법입니다.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를 쓰신다면 200도 내외에서 8~10분이 기준입니다. 이때도 너무 오래 두면 수분이 빠져 식감이 떨어지므로 중간에 한 번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아스파라거스는 열을 짧고 강하게 쓰는 채소입니다. 이 원칙 하나만 지켜도 결과가 달라집니다.

아스파라거스에는 아스파라긴산(aspartic acid)이라는 아미노산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아스파라긴산은 이 채소에서 처음 발견되어 이름이 붙은 성분으로, 피로 회복과 신진대사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엽산(folic acid)과 비타민 K도 포함되어 있으며, 엽산은 세포 분열과 DNA 합성에 꼭 필요한 수용성 비타민입니다. 영양적으로도 챙길 것이 있는 채소입니다. 농사로 농업기술포털에서도 아스파라거스의 기능성 성분과 재배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보관법: 눕히면 하루 만에 휩니다

시장 일을 하면서 아스파라거스만큼 보관 방식이 까다로운 채소를 많이 봤습니다. 처음에 그냥 다른 채소처럼 눕혀서 보관했더니 하루 이틀 만에 줄기가 휘어버렸습니다. 이게 왜 그런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아스파라거스는 수확 이후에도 위로 자라려는 굴광성(屈光性) 반응이 남아 있는 채소입니다. 굴광성이란 식물이 빛의 방향에 반응하여 줄기나 잎이 굽는 성질을 뜻합니다. 눕혀두면 위를 향해 자라려는 힘이 줄기를 휘어버리고, 그 과정에서 수분도 빠져나갑니다.

해결 방법은 세워두는 것입니다. 컵이나 밀폐 통에 물을 조금 붓고, 밑동을 담가 세워두면 수분 손실이 훨씬 줄어듭니다. 물 없이 세워 보관하려면 밑동을 젖은 키친타월로 감싼 다음 냉장실에 넣으면 됩니다. 이 방법으로 3~4일은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두 방법을 비교해봤는데, 밑동을 물에 담가 세워두는 쪽이 확실히 오래갔습니다.

오래 두어야 한다면 냉동 보관이 낫습니다. 블랜칭으로 한 번 데쳐서 물기를 완전히 빼고 냉동하면 식감 손상이 덜합니다. 생것을 그냥 냉동하면 세포 조직이 얼면서 손상되어 해동 후 물러집니다. 냉동 아스파라거스는 해동 없이 끓는 물에 바로 넣거나, 에어프라이어에 넣어 익히는 방식이 식감을 살리는 데 유리합니다.

"비싼 서양 채소"라는 인상이 아직도 강한 것이 아쉽습니다. 예전에는 수입산 위주라 값이 높았지만, 지금은 강원도와 경남 일부에서도 국내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어 마트에서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도 아스파라거스 관련 항목이 등재되어 있을 만큼, 국내에서도 꽤 오래된 식재료입니다. 검색하면 대부분 베이컨말이나 스테이크 곁들임 같은 서양식 레시피만 나오는데, 저는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참기름과 소금에 무쳐도 충분히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삭한 식감과 은은한 단맛이 우리 밑반찬 방식과도 잘 맞습니다. 재료를 어느 나라 것으로 볼 게 아니라, 맛의 성질로 보면 쓸 데가 훨씬 많아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스파라거스 밑동을 꼭 손으로 부러뜨려야 하나요, 칼로 잘라도 되나요?

A. 칼로 잘라도 됩니다. 다만 칼로 자를 경우 어디까지가 질긴 부분인지 눈으로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손으로 구부리면 목질화된 섬유질 경계에서 자연스럽게 부러지기 때문에, 버릴 부분과 먹을 부분을 채소 자체가 알려준다는 점에서 이 방법이 더 정확합니다. 처음 해보시는 분들께는 손으로 부러뜨리는 방법을 권합니다.

Q. 데칠 때 소금을 넣는 이유가 뭔가요?

A. 소금은 두 가지 역할을 합니다. 첫째로 끓는점을 약간 높여 조리 시간을 단축시키고, 둘째로 엽록소가 열에 의해 분해되는 속도를 늦춰 선명한 초록빛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데친 뒤 찬물에 담그는 블랜칭 과정과 함께 쓰면 색 차이가 확실히 납니다.

Q. 아스파라거스 굵은 것과 가는 것 중 어느 게 더 맛있나요?

A. 굵기보다 손질 방식이 더 중요합니다. 굵은 것은 껍질을 필러로 벗겨야 겉껍질이 질기게 남지 않고, 가는 것은 밑동만 제거하면 바로 조리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는 것은 데쳐서 무침으로, 굵은 것은 팬에 구워서 먹을 때 단맛이 더 잘 올라오는 편입니다.

Q. 아스파라거스를 한국식으로 먹는 방법도 있나요?

A. 충분히 있습니다. 블랜칭으로 데친 뒤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참기름과 소금으로 무쳐 나물처럼 먹어도 잘 어울립니다. 아스파라거스 특유의 아삭한 식감과 단맛이 우리 밑반찬 방식과 맞는 편입니다. 조리법이 서양식으로만 소개되는 경우가 많지만, 맛의 성질로 보면 우리 식탁에도 자연스럽게 올릴 수 있는 채소입니다.

Q. 냉동 보관한 아스파라거스는 어떻게 조리하는 게 좋나요?

A. 해동 없이 바로 조리하는 것이 식감 손상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끓는 물에 그대로 넣어 1분 내외로 데치거나, 에어프라이어에서 180~200도로 짧게 조리하면 됩니다. 냉동 전에 블랜칭을 거쳤다면 이미 한 번 익힌 상태이므로 조리 시간을 더 짧게 잡는 게 좋습니다.

아스파라거스는 손질법만 알면 어렵지 않은 채소입니다. 밑동을 부러뜨리고, 짧게 익히고, 세워서 보관하는 것. 이 세 가지가 전부입니다. 한 번 제대로 손질해서 드셔보시면, 질겼던 기억은 금방 사라집니다. 다음에 마트에서 아스파라거스를 보시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한 묶음 집어보십시오.

--- 참고: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ncykorea.aks.ac.kr) - 농사로 농업기술포털 (nongsaro.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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