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전 (가락시장, 바삭한 반죽, 굽기 요령)

부추전이 눅눅하게 나오는 가장 큰 원인은 반죽을 미리 만들어두는 것입니다. 오래 가락시장에서 부추를 팔며 어깨너머로 배운 핵심이 바로 이거였습니다. 반죽은 부치기 직전에 섞어야 한다는 것, 그 하나만 알아도 집에서 만드는 부추전이 확 달라집니다.

바삭하게 구운 부추전과 양념 간장

가락시장 새벽과 부추전, 비 오는 날의 기억

비가 내리는 새벽, 가락시장 골목 안 식당에서는 밥상 한켠에 부추전이 꼭 올라왔습니다. 지친 몸으로 빗속을 헤쳐온 상인들한테 그 한 장이 주는 위안은 생각보다 꽤 컸습니다. 상인들끼리도 손님이 뜸한 날이면 서로 부추전을 부쳐다 나눠 먹었는데, 그 자리에서 제가 직접 배운 것들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한국인이 비 오는 날 전류(煎類)를 찾는 건 단순한 입맛 습관이 아닙니다. 전류란 밀가루나 부침가루 반죽에 재료를 섞거나 입혀 기름에 지져낸 음식을 통칭합니다. 부슬비 소리와 기름에 지지는 소리가 비슷하다는 속설도 있고, 실제로 습한 날씨에 탄수화물 음식이 당긴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어찌 됐든, 비 오는 날 부추전 생각이 나는 저 자신을 보며 어느새 중년에 접어들었다는 실감이 듭니다.

부추전에 쓰는 부추도 고를 때 따질 게 있습니다. 매장에서 부추를 팔다 보면 손님들이 "전 부쳐도 되는 거냐"고 자주 물으셨는데, 그때마다 저는 잎이 너무 굵은 것보다 중간 굵기의 여린 부추를 추천했습니다. 굵은 부추는 씹는 맛은 있지만 익는 시간이 길어서, 반죽의 다른 부분이 먼저 타버리기 쉽습니다. 특히 집에서 처음 만들어보는 분들이라면 여린 부추가 훨씬 실패 확률이 낮습니다.

요즘은 젊은 세대가 전 종류를 예전만큼 즐기지 않는 것 같아 솔직히 아쉽습니다. 명절에나 먹는 음식으로 밀려나는 것 같기도 하고, 기름진 음식을 꺼리는 식문화 변화 탓도 있겠지요. 그래도 부추전 하나만큼은 간단하고 재료도 저렴하니, 한 번 제대로 만드는 법을 익혀두면 분명히 손이 가는 음식입니다.

바삭한 반죽의 조건, 글루텐과 수분 관리

부추전이 번번이 눅눅하게 나온다면, 대부분 반죽 상태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핵심은 글루텐(Gluten) 형성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입니다. 글루텐이란 밀가루 속 단백질이 물과 만나 생성되는 점성 물질로, 이게 많이 형성될수록 반죽이 쫄깃해지는 대신 바삭함은 줄어듭니다.

글루텐 형성을 줄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얼음물이나 차가운 물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수온이 낮을수록 단백질 결합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입니다. 부침가루와 물의 비율은 1:1 또는 약간 되직하게 1:0.9 정도가 적당합니다. 반죽이 너무 묽으면 팬에 올렸을 때 퍼지면서 두꺼워지고, 결국 속까지 익히는 동안 겉이 질겨집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반죽을 미리 만들어두는 것은 가장 피해야 할 실수입니다. 부추에서 수분이 빠져나오면서 반죽 농도가 묽어지고, 그 상태로 구우면 아무리 불 조절을 잘해도 눅눅한 전이 됩니다. 저도 처음엔 미리 다 섞어두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지금은 팬에 불을 켜고 나서 반죽을 섞는 순서를 고집합니다.

밀가루만 쓰면 된다고 하는 레시피도 많은데, 제 경험상 부침가루와는 결과물이 다릅니다. 부침가루에는 튀김 바삭함을 높여주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서, 같은 두께로 구워도 식감 차이가 납니다. 바삭함에 민감한 분이라면 부침가루 사용을 권합니다. 감칠맛을 더 올리고 싶다면 오징어나 새우 같은 해물을 함께 넣는 부추해물전(海物煎)으로 만드는 것도 좋습니다. 부추해물전이란 부추전 반죽에 해산물을 섞어 지진 음식으로, 해물의 단백질이 가열되면서 자연스러운 감칠맛이 더해집니다.

부추의 영양 성분과 식재료 관리에 대해서는 농촌진흥청 농업정보포털에서도 관련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굽기 요령, 팬 예열부터 뒤집기 타이밍까지

반죽을 잘 만들었어도 굽는 과정에서 망가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가장 흔한 실수는 팬을 충분히 달구지 않고 반죽을 먼저 올리는 것입니다. 예열(豫熱)이란 조리 전에 팬을 미리 가열해 표면 온도를 균일하게 올리는 과정입니다. 예열이 부족하면 반죽이 팬에 달라붙고, 처음 접촉한 면이 제대로 코팅되지 않아 뒤집을 때 모양이 뭉개집니다.

인터넷 레시피 중에 팬 예열을 슬쩍 넘기거나 짧게만 언급하는 것들이 있는데,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팬 달구는 시간을 아끼면 결국 나중에 더 손이 갑니다. 중불로 팬을 충분히 달군 뒤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기름도 달궈진 것을 확인한 다음 반죽을 얇게 펴 올려야 합니다.

뒤집기 타이밍도 자주 실수하는 지점입니다.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란 고온에서 단백질과 당이 결합해 표면이 노릇하게 색이 나면서 특유의 향이 생기는 화학 반응입니다. 이 반응이 충분히 일어나야 부추전 특유의 고소한 맛이 납니다. 한쪽 면이 완전히 익기 전에 자꾸 뒤집으면 반죽이 부서지고, 마이야르 반응도 제대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한쪽 면을 완전히 굳혀 놓은 뒤 한 번에 뒤집는 것이 요령입니다.

제대로 된 부추전 굽기 순서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팬을 중불로 2~3분 충분히 예열한다.
  2.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기름도 달아오를 때까지 기다린다.
  3. 반죽을 얇게 펴 붓고, 한쪽 면이 노릇해질 때까지 건드리지 않는다.
  4. 가장자리가 익어 색이 변하면 한 번에 뒤집는다.
  5. 반대 면도 중불에서 노릇하게 구운 뒤 불을 끄고 꺼낸다.

곁들이는 양념장도 완성도에 영향을 줍니다. 간장에 식초, 다진 마늘, 통깨, 고춧가루를 섞으면 기름진 느낌을 잡아주는 해유(解油) 효과가 있습니다. 해유란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산미나 향신료로 느끼함을 중화하는 것을 뜻합니다. 식초의 산도가 입 안을 개운하게 만들어주니, 양념장을 생략하면 아무래도 아쉽습니다. 전통 음식의 영양 및 조리 정보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한식 관련 자료에서도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부추전 반죽을 미리 만들어두면 안 되나요?

A. 가능하면 부치기 직전에 섞는 것이 맞습니다. 반죽을 미리 만들어두면 부추에서 수분이 빠져나와 반죽 농도가 점점 묽어집니다. 그 상태로 구우면 아무리 불 조절을 잘해도 눅눅한 전이 되기 쉬우니, 팬에 불을 켜고 나서 반죽을 섞는 순서를 습관으로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Q. 부침가루 대신 밀가루만 써도 바삭하게 나올 수 있나요?

A. 밀가루만으로도 만들 수 있지만, 바삭함에서는 차이가 납니다. 부침가루에는 튀김 식감을 높이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서, 같은 조건에서 구워도 부침가루 쪽이 더 바삭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밀가루를 쓴다면 차가운 물 사용과 팬 예열을 더 신경 쓰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Q. 부추전이 자꾸 팬에 달라붙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십중팔구 팬 예열이 부족한 경우입니다. 팬을 중불로 2~3분 이상 충분히 달군 뒤 기름을 두르고, 기름도 달아올랐을 때 반죽을 올려야 달라붙지 않습니다. 기름 양이 너무 적어도 같은 현상이 생기니, 바닥이 충분히 코팅될 만큼 넉넉하게 두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여린 부추와 굵은 부추 중 전용으로는 어느 쪽이 나은가요?

A. 전용으로는 중간 굵기의 여린 부추가 더 잘 맞습니다. 굵은 부추는 씹는 맛은 좋지만 익는 시간이 길어서 반죽 다른 부분이 먼저 타버리기 쉽습니다. 특히 처음 만드는 분들이라면 여린 부추로 시작하는 것이 실패 확률이 낮습니다.

Q. 청양고추를 넣으면 식감이나 수분에 영향이 있나요?

A. 청양고추는 잘게 썰어 반죽에 섞으면 매운맛과 향이 더해지는데, 수분 영향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너무 많이 넣으면 매운맛이 부추 향을 덮을 수 있으니 소량씩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해물을 함께 넣는 부추해물전에 청양고추를 곁들이면 감칠맛과 매운맛이 잘 어우러집니다.

비 오는 날마다 부추전이 생각나는 건, 결국 그 맛보다 그때 함께 먹던 사람들 때문인 것 같습니다. 반죽 직전에 섞기, 팬 충분히 달구기, 뒤집기는 한 번만 이 세 가지만 제대로 지켜도 집에서 만드는 부추전이 확실히 달라집니다. 이번 비 오는 날, 한 번 직접 해보시길 권합니다. 부추는 여린 것으로, 물은 차갑게, 팬은 충분히.

--- 참고: 개인적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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