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나물 볶음, 물에 담근 시간이 맛을 가릅니다
솔직히 저는 고사리나물이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줄 몰랐습니다. 처음 명절 준비를 혼자 맡았을 때, 마른 고사리를 사다가 당일 오전에 불리기 시작했다가 된통 혼났습니다. 질기고 퍽퍽한 고사리가 상에 올랐고, 그게 손질법 문제인지 볶는 방법 문제인지도 한동안 몰랐습니다. 그 뒤로 여러 번 실패하고 나서야 이 나물이 '속도'가 아니라 '순서'의 음식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마른 고사리 손질법, 시간이 전부입니다
고사리는 삶기만 하면 된다고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제 경험상 그 앞 단계인 불리기가 훨씬 중요합니다. 마른 고사리를 찬물에 담가 물을 충분히 먹여야 원래 질감에 가깝게 되살아납니다. 최소 6시간, 넉넉하게는 전날 밤부터 12시간을 잡아야 합니다. 오래 담글 때는 중간에 물을 한두 번 갈아주는 게 좋습니다. 물을 갈아주지 않으면 빠져나온 아린 맛이 다시 고사리 속으로 배어들 수 있습니다.
불린 고사리는 물을 넉넉히 붓고 끓기 시작한 뒤 20분 안팎 삶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권하고 싶은 방법이 있는데, 쌀을 씻고 나온 쌀뜨물을 삶는 물로 쓰는 겁니다. 그냥 물로 삶은 것과 비교해보면 마른나물 특유의 묵은내가 확실히 덜합니다. 삶은 뒤에는 불을 끄고 뚜껑을 덮어 뜸을 들입니다. 불을 끈 채로 남은 열에 속까지 천천히 익히는 건데, 이 단계를 건너뛰면 겉은 물러도 속이 질긴 고사리가 됩니다.
삶은 뒤에는 찬물에 주물러 씻고, 다시 깨끗한 찬물에 30분에서 길게는 2~3시간까지 담가 아린 맛을 빼줍니다. 명절 이틀 전에 이 과정만 해두면, 볶는 당일은 30분이면 끝납니다. 문제는 명절 전날에야 장을 보는 습관인데, 이 하룻밤이 없으면 결국 질긴 고사리가 상에 오릅니다.
고사리를 사실 때 좋은 물건 고르는 요령은 따로 정리해두었습니다. 건고사리 고르는 법과 국산 구별하는 방법도 함께 보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밑간이 고사리나물 맛을 가릅니다
제가 오랫동안 몰랐던 부분이 바로 여기입니다. 볶으면서 국간장을 넣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볶기 전에 먼저 밑간을 해야 합니다. 양념을 미리 무쳐서 재워두는 건데, 이 단계를 거쳐야 속까지 간이 고르게 뱁니다. 물기를 꼭 짠 고사리를 먹기 좋은 길이로 썰고, 국간장 1과 1/2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들기름 2큰술을 넣어 조물조물 무쳐둡니다.
밑간 없이 팬에 바로 고사리를 올리고 볶다가 간장을 부으면, 겉에만 간이 돌고 속은 맹맹해집니다. 제가 실수한 부분이 정확히 이거였습니다. 밑간한 것과 비교해서 먹어보면 차이가 꽤 납니다. 국간장만 써도 깔끔한 맛이 나지만, 국간장과 멸치액젓을 반반 섞으면 맛이 훨씬 깊어집니다. 나물에 액젓이나 된장 같은 발효 양념을 조금 넣으면 밍밍한 맛이 살아납니다.
들기름은 참기름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는데, 고사리나물만큼은 들기름이 맞습니다. 들기름 특유의 구수한 향이 고사리의 묵직한 맛과 더 잘 어울립니다. 마무리에 통깨 대신 들깨가루를 넣으면 향이 한 겹 더 깊어지는데, 이것도 두 가지를 번갈아 해보고 나서 드리는 이야기입니다.
불 조절 하나가 식감을 결정합니다
고사리나물이 집에서 하면 왜 질긴지, 그 이유를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센 불에 기름 두르고 빨리 볶았다"고 합니다. 나물은 센 불에 빠르게 볶아야 좋다고들 하는데, 고사리만큼은 그게 반칙입니다. 센 불에서 짧게 볶으면 물기가 확 빠져나가면서 줄기가 오그라들고, 씹기 힘든 질긴 식감이 됩니다.
제대로 된 순서는 이렇습니다.
- 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중불에서 밑간한 고사리를 먼저 볶습니다.
- 어느 정도 볶아지면 육수나 쌀뜨물 100ml를 붓고 뚜껑을 덮어 중약불로 줄입니다.
- 수분이 거의 날아갈 때까지 5~7분 익힙니다. 이 단계가 식감을 결정합니다.
- 국물이 거의 없어지면 다진 파 2큰술을 넣고 한 번 더 살짝 볶습니다.
- 불을 끄고 통깨 1작은술을 뿌려 마무리합니다.
뚜껑을 덮고 수분과 함께 익히는 이 방식이 식당 고사리가 촉촉하고 부드러운 비결입니다. 식당에서는 육수를 더 넉넉히 쓰기도 하는데, 집에서는 쌀뜨물로도 충분히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고사리·도라지·시금치로 차리는 삼색나물은 오래전부터 차례상에 올라온 기본 구성인데, 이 조리법이 그만큼 오래 살아남은 데는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한 가지 더 보충하자면, 볶고 난 고사리는 한 번 먹을 분량씩 나눠 냉동해두면 꽤 오래 씁니다. 냉동 전에 물기를 최대한 짜두는 게 핵심인데, 물기가 많으면 해동 후 물러지고 맛도 달아납니다. 명절 전에 넉넉하게 만들어두고 나눠서 냉동하면 평일 반찬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데친 고사리와 마른 고사리, 직접 비교해봤습니다
요즘 마트에 가면 이미 삶아서 파는 데친 고사리가 꽤 많이 나와 있습니다. 편의성만 보면 당연히 데친 고사리가 낫습니다. 불릴 필요도 없고 삶을 필요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몇 번 비교해보고 나서 데친 고사리를 거의 안 씁니다. 이유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향입니다. 데친 고사리는 이미 물에 오래 담겨 유통된 상태라 고사리 특유의 구수한 향이 상당 부분 빠져 있습니다. 마른 고사리를 직접 불려 삶으면 볶을 때 나는 향 자체가 다릅니다. 둘째는 값입니다. 마른 고사리는 불리면 두세 배까지 불어납니다. 봉지에 담긴 양만 보면 적어 보여도, 실제로 상에 올라가는 양을 놓고 따지면 직접 불리는 쪽이 훨씬 남습니다.
명절 음식을 줄이자는 이야기에는 저도 동의하는 편입니다. 품이 많이 드는 음식을 억지로 고수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고사리나물은 전날 밤에 물에 담가두는 것 하나만 챙기면 나머지는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이걸 다 사서 쓰는 게 맞나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아마 이 과정이 생각보다 간단하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마른 고사리를 급하게 불릴 방법이 있나요?
A. 뜨거운 물에 담그면 빨리 불린다고들 하는데, 제 경험상 뜨거운 물로 빠르게 불린 고사리는 삶은 뒤에도 속이 고르게 익지 않아 부분적으로 질긴 경우가 많습니다. 찬물에 6시간 이상 불리는 방법이 번거롭더라도 결과가 훨씬 안정적입니다. 명절이라면 이틀 전 밤에 담가두는 것을 권합니다.
Q. 고사리 볶을 때 국간장 대신 일반 간장을 써도 되나요?
A. 진간장을 쓰면 색이 너무 진하게 나오고 짠맛도 강해져 나물 본연의 맛을 덮기 쉽습니다. 국간장은 색이 옅고 맛이 깔끔해서 나물에 잘 맞습니다. 없을 경우에는 진간장을 국간장 양의 절반 이하로 줄여서 쓰시는 것이 낫습니다.
Q. 냉동해둔 고사리나물을 다시 볶을 때 어떻게 하면 맛이 살아나나요?
A. 해동은 냉장실에서 천천히 하는 것이 좋고, 해동 후 꼭 짜서 남은 물기를 뺀 뒤 팬에 들기름을 살짝 두르고 중불에서 데우듯 볶으면 됩니다. 이때 물기가 너무 많으면 볶는 게 아니라 쪄지는 느낌이 나므로, 냉동 전에 물기를 잘 짜두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Q. 고사리 삶을 때 아린 맛이 계속 남으면 어떻게 하나요?
A. 삶은 뒤 찬물에 담가두는 시간을 더 길게 잡으면 됩니다. 30분으로 부족하다면 물을 갈아가며 2~3시간까지 담가두면 대부분 해결됩니다. 삶는 물에 쌀뜨물을 쓰면 이 과정을 어느 정도 앞당길 수 있습니다.
고사리나물은 어렵지 않습니다. 손질에 시간이 필요할 뿐입니다. 전날 밤 찬물에 담가두는 것, 볶기 전 밑간을 해두는 것, 뚜껑 덮고 수분과 함께 천천히 익히는 것. 이 세 가지만 지키면 집에서도 식당 못지않은 고사리나물이 됩니다. 명절이 아니더라도 마른 고사리 한 봉지 사다가 주말에 넉넉히 만들어 나눠두면 한동안 반찬 걱정이 없습니다. 한 번 해보시면 아마 데친 고사리로 돌아가기 어려워질 겁니다.
참고: 우리의식탁 - 고사리 삶는 법 · 만개의레시피 - 건고사리 삶는법, 고사리나물볶음 만드는법 · 식식 - 건고사리 고르는 법과 손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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