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파전 (파김치용 쪽파, 반죽 비율, 굵은 쪽파 활용)
쪽파전을 부칠 때 쪽파 종류를 신경 쓰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대부분 마트에서 파는 가는 쪽파를 그냥 집어오는데, 시장에서 파를 다뤄본 입장에서 보면 그게 조금 아깝게 느껴집니다. 파김치용 굵은 쪽파로 전을 부치면 식감과 단맛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차이를 모르고 지나치는 분들이 많아서 제가 직접 경험한 것들을 풀어보려 합니다.
파김치용 쪽파, 전으로 부쳐도 되나요
시장에서 일하던 시절, 쪽파는 두 종류로 나눠 진열했습니다. 뿌리가 얇고 여린 것은 국이나 나물 무침용으로, 뿌리가 통통하고 흰 부분이 길게 자란 굵은 것은 파김치용으로 따로 모아뒀습니다. 김장철이 되면 굵은 쪽파는 손님들이 먼저 찾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파김치용 굵은 쪽파를 사 가시는 손님 중 일부가 "이걸로 전 부치면 엄청 맛있어"라고 하셨는데, 처음엔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여러 손님한테 반복해서 들으니 직접 해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집에서 따라 해봤더니 아이들이 평소보다 훨씬 잘 먹었습니다. 그 뒤로는 김치를 담그고 남은 굵은 쪽파가 생기면 일부러 전을 부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굵은 쪽파의 핵심은 흰 뿌리 부분입니다. 이 부분에는 당도(糖度)가 집중되어 있습니다. 당도란 식재료에 포함된 당의 함량을 뜻하는데, 열을 가하면 이 당분이 캐러멜화 반응을 일으키며 단맛이 더욱 도드라집니다. 가는 쪽파로 부친 전과는 확실히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비 오는 날 시장 안 식당에서도 굵은 쪽파를 결대로 가지런히 펴서 부치는 모습을 자주 봤는데, 그 광경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한 가지 꼭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쪽파전 레시피 대부분이 가는 쪽파를 기준으로 익힘 시간을 안내하는데, 굵은 쪽파는 익는 속도가 다릅니다. 특히 흰 뿌리 부분은 섬유질(dietary fiber)이 촘촘하게 분포해 있어서 열이 속까지 전달되는 데 시간이 더 걸립니다. 섬유질이란 식물 세포벽을 구성하는 성분으로, 함량이 높을수록 익히는 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가는 쪽파 기준으로 불을 끄면 흰 부분이 덜 익어 질긴 식감이 남을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을 언급하지 않는 레시피가 너무 많다고 느낍니다.
반죽 비율, 이 순서대로 하면 실패가 없습니다
쪽파전에서 반죽은 재료를 붙잡아주는 동시에 전체 식감을 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부침가루와 찬물의 비율은 1:1이 기본입니다. 여기서 찬물을 쓰는 이유가 있습니다. 글루텐(gluten) 형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입니다. 글루텐이란 밀가루 속 단백질이 물과 결합해 만들어지는 탄성 성분인데, 온도가 낮을수록 덜 생성되어 전이 질겨지지 않고 바삭하게 됩니다.
계란을 하나 풀어 넣으면 반죽에 레시틴(lecithin)이 더해집니다. 레시틴이란 달걀 노른자에 풍부한 유화제로, 기름과 물이 잘 섞이도록 돕는 성분입니다. 결과적으로 반죽의 색이 고르게 나오고 씹었을 때 부드러운 식감이 살아납니다. 실제로 계란을 넣고 안 넣고의 차이는 부쳐보면 바로 느낍니다.
반죽을 붓는 순서도 중요합니다. 쪽파를 먼저 결대로 가지런히 깔고, 그 위에 반죽을 얇게 부어야 합니다. 순서를 반대로 하거나 반죽에 파를 섞으면 파가 뭉치거나 흐트러져서 겉면이 지저분해집니다. 팬은 충분히 달군 뒤 기름을 넉넉히 두르는 것이 핵심입니다. 기름이 부족하면 전이 팬에 달라붙거나 바삭함이 나오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반죽을 두껍게 부으면 파가 익기 전에 겉만 타는 경우가 생깁니다. 얇게 부어야 파와 반죽이 함께 익고, 완성됐을 때 파의 결이 겉으로 드러나 보기에도 훨씬 낫습니다. 뒤집을 때는 뒤집개 대신 큰 접시를 이용해 한 번에 엎어서 올리면 모양이 거의 그대로 살아납니다. 처음 해보는 분들이 가장 많이 실패하는 지점이 바로 뒤집기 단계입니다.
굵은 쪽파를 활용한 쪽파전을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한 핵심 순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파김치용 굵은 쪽파를 고르되, 흰 뿌리가 통통하고 길게 발달한 것을 선택한다.
- 부침가루와 찬물을 1:1로 섞고, 계란 한 개를 풀어 반죽을 만든다.
- 팬을 충분히 달군 뒤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쪽파를 결대로 가지런히 깐 다음 반죽을 얇게 붓는다.
- 중불에서 굵은 쪽파의 흰 부분이 충분히 익을 때까지 가는 쪽파보다 조금 더 오래 지진다.
- 접시로 한 번에 뒤집어 반대쪽도 노릇하게 익힌 뒤 양념장과 함께 낸다.
굵은 쪽파 활용, 버리지 말고 전으로 씁니다
김장철이 지나면 파김치용 쪽파가 조금씩 남는 경우가 생깁니다. 냉장고 한쪽에 뒀다가 흐물거릴 때쯤 버리는 분들이 많은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의 낭비입니다. 굵은 쪽파는 냉장 보관 상태에서도 흰 뿌리 부분의 당도가 비교적 오래 유지됩니다. 살짝 시들어도 전으로 부치면 단맛이 오히려 더 진하게 나올 때도 있습니다.
오징어나 새우 같은 해물을 곁들이면 감칠맛(umami)이 한층 올라옵니다. 감칠맛이란 단맛, 짠맛, 신맛, 쓴맛에 이어 다섯 번째 기본 맛으로 분류되는 풍미로, 글루탐산나트륨 계열의 성분이 혀를 자극할 때 느끼는 깊은 맛을 뜻합니다. 오징어에 풍부한 이노신산(inosinate)과 파에 포함된 글루탐산(glutamate)이 만나면 감칠맛이 시너지를 냅니다. 이노신산이란 동물성 재료에 많이 들어있는 핵산 계열의 맛 성분으로, 식물성 재료의 글루탐산과 결합할 때 풍미가 배가 됩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쪽파에는 알리신(allicin)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있습니다. 알리신이란 파류 채소 특유의 향기 성분으로, 항균 및 혈액 순환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농촌진흥청). 전으로 부쳤을 때 이 성분 일부가 열에 의해 변성되지만, 흰 뿌리 부분의 단맛과 향이 남아 완성된 전의 풍미를 살려줍니다. 한국식품연구원 연구에서도 쪽파류 채소의 흰 부분에 당류 함량이 잎 부분보다 높게 측정된 사례가 있습니다(출처: 한국식품연구원).
양념장도 그냥 넘기기 어렵습니다. 간장에 식초, 다진 마늘, 통깨를 섞어 만드는 초간장 계열 양념은 기름진 전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매콤하게 먹고 싶다면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반죽에 직접 섞는 것도 방법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아이들 없이 어른들끼리 먹을 때 훨씬 잘 어울렸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파김치용 굵은 쪽파는 어디서 구할 수 있나요?
A. 동네 전통시장이나 재래시장에서 가장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일반 쪽파와 구분해서 진열해두는 경우가 많으니 뿌리가 통통하고 흰 부분이 길게 발달한 것을 기준으로 고르면 됩니다. 대형마트에서는 따로 구분이 없는 경우도 있어서, 김장철 전후에 시장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Q. 굵은 쪽파는 가는 쪽파보다 얼마나 더 오래 익혀야 하나요?
A. 정확한 시간은 두께에 따라 다르지만, 가는 쪽파 기준보다 1~2분 더 여유를 두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흰 뿌리 부분은 눌렀을 때 살짝 탄력이 느껴질 정도로 익혀야 아삭하면서도 단맛이 살아납니다. 너무 약한 불에서 오래 두면 파에서 수분이 빠져 질겨질 수 있으니 중불을 유지하면서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요령입니다.
Q. 반죽에 찬물을 써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A. 찬물을 쓰면 글루텐 형성이 억제되어 전이 바삭하게 나옵니다. 미지근하거나 따뜻한 물을 쓰면 반죽에 탄성이 생겨 부쳤을 때 쫀득한 식감이 과도하게 나올 수 있습니다. 여름철에는 반죽을 잠깐 냉장고에 넣어 온도를 낮춘 뒤 부치는 방법도 효과적입니다.
Q. 김치를 담그고 남은 쪽파를 바로 전으로 쓸 수 있나요?
A. 소금에 절이거나 양념이 묻지 않은 상태라면 바로 쓸 수 있습니다. 절임 작업을 거친 쪽파라면 물에 한 번 헹궈 소금기를 어느 정도 빼고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약간 숨이 죽은 상태여도 전으로 부치는 데는 문제없고, 오히려 단맛이 더 올라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장철마다 남는 굵은 쪽파를 그냥 버리셨다면, 이번엔 전으로 한 번 부쳐보시길 권합니다. 재료 선택에서 작은 차이 하나가 완성된 전의 맛을 생각보다 크게 바꿉니다. 파를 결대로 가지런히 놓고, 반죽은 얇게, 불은 충분히 달군 팬에서 시작하는 것만 기억해도 실패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한 번 해보면 가는 쪽파로는 돌아가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 참고: 개인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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