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고구마는 낮은 온도에서 먼저 굽습니다
에어프라이어를 처음 장만하고 나서 제일 먼저 해본 게 군고구마였습니다. 그런데 200도에 25분쯤 구워 꺼냈더니 껍질은 딱딱하고 속은 퍽퍽해서 우유 없이는 도저히 못 먹겠더군요. 이 글은 그때부터 이런저런 방법을 바꿔가며 알아낸 것들, 그리고 오랫동안 좌판에서 고구마를 팔면서 몸으로 익힌 요령들을 함께 풀어놓은 기록입니다.
에어프라이어 군고구마 재료와 순서
재료: 고구마 3~5개(굵기가 비슷한 것), 에어프라이어
- 고구마를 솔로 문질러 씻고 물기를 깨끗이 닦습니다. 세척 고구마라면 물기만 닦아도 됩니다.
- 바스켓에 고구마 사이 공간을 두고 넣습니다.
- 120도에서 20분 굽습니다.
- 고구마를 뒤집고, 가운데와 가장자리 자리를 바꿔줍니다.
- 180도에서 20분 더 굽습니다.
- 전원이 꺼진 뒤 문을 닫은 채 10분 뜸을 들입니다.
- 젓가락으로 찔러 끝까지 부드럽게 들어가면 완성입니다. 덜 익었으면 5분씩 더 굽습니다.
두 번 나눠 굽는 이유, 좌판 옆 화로에서 배웠습니다
인터넷에서 군고구마 굽는 법을 찾아보면 온도와 시간이 사람마다 제각각입니다. 200도에 25분이면 된다는 쪽도 있고, 낮은 온도부터 시작해 두 번에 나눠 굽는다는 쪽도 있어서, 처음 해보시는 분들은 무엇을 따라야 할지 헷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보기엔 어느 쪽이 무조건 옳다기보다, 고구마 굵기와 에어프라이어 기종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두 번 나눠 굽기를 직접 해봤을 때는 확실히 차이가 있었습니다.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익히는 동안 고구마 속 전분이 조금씩 단맛으로 바뀌는데, 처음부터 센 온도로 구워버리면 이 시간이 너무 짧아 단맛이 충분히 올라오지 못합니다.
옛날에 좌판 옆 가게 사장님이 드럼통 화로에서 군고구마를 구우실 때 늘 하시던 말씀이 "센 불에 빨리 구우면 겉만 타고 안 달다"였습니다. 숯불을 한쪽으로 몰아두고 약한 쪽에서 오래 굴리다가 마지막에야 센 쪽으로 옮겨 껍질을 그을리셨는데, 에어프라이어로 두 번 나눠 구워보니 그분 방식과 원리가 같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제가 주로 쓰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 120도에서 20분 굽고 뒤집은 뒤, 180도에서 20분 더 굽고 에어프라이어 안에서 10분 뜸 들이기
- 150도에서 30분 굽고 위치를 바꿔준 뒤, 180도에서 15분 굽고 10분 뜸 들이기. 더 노릇하게 먹고 싶으면 190~200도에서 10분 추가
어떤 방법이든 중간에 뒤집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에어프라이어는 뜨거운 바람을 돌려서 익히는데, 바람이 나오는 위치에 따라 고구마가 고르게 익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간에 한 번 뒤집고 가운데와 가장자리 자리를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한쪽만 타거나 설익는 일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뜸 들이기, 끝났다고 바로 꺼내면 아깝습니다
다 구워졌다고 에어프라이어를 바로 열어버리면 아깝습니다. 솔직히 저도 처음엔 그냥 지나쳤던 부분인데, 10분 뜸 들이는 것 하나로 결과가 꽤 달라졌습니다. 껍질이 속살에 딱 달라붙어 잘 안 벗겨지던 것이 뜸을 들인 뒤에는 쏙쏙 벗겨졌고, 속도 훨씬 촉촉해졌습니다.
밥을 지을 때 뜸을 들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에어프라이어가 꺼진 직후에도 안쪽은 한동안 뜨겁기 때문에, 그 남은 열로 속까지 고르게 익습니다. 문을 닫아둔 채 10분만 기다리면 되니 따로 손 갈 일도 없습니다.
에어프라이어는 뜨거운 바람으로 익히다 보니 수분이 빠져나가기 쉽습니다. 특히 꿀고구마는 굽고 나면 퍽퍽해지기 쉬운데, 이를 줄이려고 호일로 고구마를 2개씩 감싸서 굽는 분들도 있습니다. 제가 해보니 촉촉함은 확실히 더 남는데, 대신 껍질이 노릇하게 그을리는 맛은 덜했습니다. 어느 쪽을 더 좋아하시느냐에 따라 고르시면 됩니다.
품종에 따라서도 차이가 납니다. 호박고구마는 구워도 비교적 촉촉함이 남는 편이고, 밤고구마는 익히면 포슬포슬한 식감이 강합니다. 꿀고구마는 단맛은 좋지만 구우면 수분이 빨리 날아가는 편이라, 뜸 들이기나 호일 감싸기를 더 챙기시는 게 좋습니다.
굽는 방법보다 먼저, 어떤 고구마를 굽느냐
에어프라이어 군고구마 글을 찾아보면 "무조건 달다", "꿀이 흐른다"는 말이 넘쳐납니다. 그런데 그 사진만 보고 따라 했다가 실망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굽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군고구마 맛을 더 크게 좌우하는 건 결국 고구마 자체의 상태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숙성입니다. 막 캔 햇고구마를 아무리 정성껏 구워도 며칠 두었다가 구운 고구마만큼 달기는 어렵습니다. 서늘한 곳에 며칠 두는 동안 전분이 단맛으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햇고구마를 고르는 법과 보관하는 법은 햇고구마는 캐자마자 먹으면 덜 답니다 글에 자세히 정리해 두었습니다.
좌판에서 고구마를 팔 때 굵기가 비슷한 것끼리 묶어 팔았는데, 에어프라이어에 넣을 때도 크기를 맞추는 게 중요합니다. 굵은 것과 가는 것을 한꺼번에 넣으면 가는 것은 타고 굵은 것은 설익습니다. 고구마 사이에 공간을 두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빽빽하게 넣으면 바람이 제대로 돌지 못해 익는 정도가 들쭉날쭉해집니다.
요즘은 세척 고구마가 대부분이라 물기만 잘 닦아서 넣으면 됩니다. 칼로 고구마 양쪽 끝을 조금 잘라내고 굽는 분들도 있는데, 굵은 고구마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 같지만 안 해도 큰 차이는 못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확실한 건 젓가락으로 찔러보는 것입니다. 끝까지 부드럽게 들어가면 다 익은 것이고, 걸리면 5분씩 더 구우면 됩니다. 숫자만 따라가다 보면 내 에어프라이어에 맞는 기준을 잡기 어렵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200도로 한 번에 구우면 안 되나요?
A. 됩니다. 가는 고구마라면 200도에서 25~30분 굽고 젓가락으로 확인하는 방법이 간편합니다. 다만 센 온도로 빨리 구우면 단맛이 덜하고 속이 퍽퍽해지기 쉽습니다. 촉촉하고 단맛 진한 군고구마를 원하시면 두 번 나눠 굽기를 권합니다.
Q. 뜸 들이기를 꼭 해야 하나요?
A. 10분 뜸 들이는 게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껍질이 쏙 벗겨지고 속이 더 촉촉해집니다. 전원이 꺼진 뒤 문만 닫아두면 되니 따로 수고할 것도 없습니다.
Q. 꿀고구마와 호박고구마 중 어느 쪽이 에어프라이어에 잘 맞나요?
A. 둘 다 구울 수 있지만, 에어프라이어처럼 바람으로 익히는 방식에서는 호박고구마가 촉촉함을 더 잘 유지합니다. 꿀고구마는 퍽퍽해지기 쉬우니 호일로 감싸 굽거나 뜸 들이기를 꼼꼼히 챙기세요.
Q. 에어프라이어마다 시간이 다르다는데 기준이 있나요?
A. 딱 정해진 기준은 없습니다. 에어프라이어 크기와 고구마 굵기에 따라 같은 온도라도 결과가 다릅니다. 처음에는 위 시간대로 시작하되, 꼭 젓가락으로 찔러보는 습관을 들이세요. 몇 번 구워보면 내 에어프라이어에 맞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잡힙니다.
Q. 남은 군고구마는 어떻게 보관하나요?
A. 완전히 식힌 뒤 하나씩 랩이나 지퍼백에 담아 냉동해 두세요. 드실 때는 전자레인지나 에어프라이어로 따뜻하게 데우시면 간식으로 좋습니다.
군고구마 하나 굽는 데 이렇게까지 따져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이 요령들이 몸에 익고 나서는 실패하는 일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온도와 시간 숫자를 외우는 것보다, 고구마 상태를 보는 눈과 젓가락으로 찔러보는 습관이 결국 더 빠른 길입니다. 이번 가을 햇고구마 한 상자 들이셨다면, 며칠 두었다가 오늘 소개한 순서대로 한번 구워 보세요. 같은 방식으로 제철 채소를 단맛 살려 조리한 연근조림은 물엿 넣는 타이밍이 전부입니다 글도 함께 참고해 보세요.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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