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배추 겉절이, 절일까 말까 여기서 맛이 갈립니다
알배추 겉절이는 오래 절이고 익히는 김치와 달리, 그날 바로 버무려 먹는 반찬입니다. 저는 처음 만들었을 때 김치 담그듯 소금에 한참 절였다가 흐물흐물하게 망친 적이 있습니다. 그 뒤로 알게 된 건, 알배추 겉절이는 절이는 시간, 양념 넣는 순서, 버무리는 손놀림 이 세 가지만 알면 누구나 아삭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알배추 겉절이 재료 (알배추 1통 기준)
알배추 1통(약 500g), 쪽파 5~6줄기를 준비합니다. 두고 먹을 거라 살짝 절이실 분은 굵은소금 2큰술과 물 400ml도 준비하세요.
- 고춧가루 3큰술
- 멸치액젓 2큰술 (처음엔 조금 적게 넣고 간을 보세요)
- 다진 마늘 1큰술
- 매실청 1큰술
- 설탕 1/2큰술
- 새우젓 1/2큰술 (없으면 빼도 됩니다)
- 참기름 1큰술, 통깨 약간 (먹기 직전에)
고르실 때는 들었을 때 묵직하고 밑동이 하얀 알배기가 속이 꽉 차 있고 단맛도 좋습니다. 고르는 요령은 알배추 고르는 법, 밑동부터 뒤집어 보세요에 자세히 정리해 두었습니다.
절이기 전에 먼저 알아야 할 것
알배추와 김장 배추는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잎의 두께가 다릅니다. 알배추는 잎이 얇고 물기가 많아서 소금에 오래 닿으면 속의 물이 금방 빠져나옵니다. 김장 배추는 절이면서 오히려 알맞게 숨이 죽지만, 알배추는 같은 시간을 절이면 그냥 흐물흐물해져 버립니다.
제가 처음 겉절이를 했을 때가 딱 그랬습니다. 김치 담글 때처럼 소금에 한참 절였다가 건져 보니 잎이 축 처져 있었고, 양념을 버무려도 아삭한 맛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 뒤로는 절이는 방법을 두 가지로 나눠서 씁니다.
- 오늘 바로 먹을 때: 씻은 알배추의 물기를 충분히 털어내고, 절이지 않은 채 바로 양념에 버무립니다. 이게 가장 아삭합니다.
- 한 끼 더 두고 먹을 때: 물 400ml에 굵은소금 2큰술을 녹여 30분만 담갔다가 헹굽니다. 중간에 한두 번 뒤적여 주세요. 숨만 살짝 죽고 아삭함은 남아 있습니다.
장사할 때 알배기를 사 가시는 손님들이 "겉절이 하려는데 얼마나 절여요?" 하고 자주 물으셨습니다. 그때마다 "오늘 드실 거면 절이지 마세요" 하고 말씀드렸는데, 다음에 오셔서 정말 아삭하더라며 웃으시던 분들이 여럿 기억납니다.
양념 넣는 순서가 맛을 바꿉니다
알배추는 밑동을 잘라 잎을 한 장씩 떼어 씻고, 큰 잎은 줄기와 잎이 골고루 섞이도록 어슷하게 썹니다. 안쪽 작은 잎은 그대로 두셔도 됩니다. 쪽파는 5cm 길이로 썹니다. 볼에 참기름과 통깨를 뺀 양념을 먼저 모두 섞어 둡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참기름입니다. 처음부터 양념에 참기름을 섞는 레시피가 많은데, 제가 해 보니 그러면 고춧가루가 잎에 잘 붙지 않고 겉돌았습니다. 기름이 먼저 잎을 덮어 버리니 양념이 미끄러지는 겁니다. 나머지 양념을 먼저 버무리고 참기름과 통깨는 상에 내기 직전에 뿌려야 고소한 향도 살고 양념도 잘 붙습니다. 작은 순서 차이인데 먹어 보면 확실히 다릅니다.
설탕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설탕을 두세 큰술씩 넣으라는 레시피가 많은데, 알배추로 만들 때는 너무 많다고 생각합니다. 속이 노랗게 꽉 찬 알배기는 원래 단맛이 있어서, 설탕을 많이 넣으면 반찬이 아니라 단 샐러드처럼 됩니다. 저는 매실청 1큰술에 설탕은 반 숟가락만 넣고, 모자라다 싶을 때만 조금 더합니다.
액젓은 제품마다 짠 정도가 꽤 다릅니다. 같은 2큰술이라도 어떤 건 딱 맞고 어떤 건 너무 짭니다. 처음엔 조금 적게 넣고 맛을 본 다음 더하시는 게 안전합니다.
버무리는 손놀림이 풋내를 막습니다
알배추 겉절이에서 가장 많이 놓치는 게 버무리는 방식입니다. 김치 담글 때처럼 힘껏 주무르면 얇은 잎이 멍들어서 풋내가 납니다. 한 번 풋내가 나면 양념으로도 잘 안 덮입니다.
손끝으로 살살 뒤적이듯 섞으셔야 합니다. 힘을 거의 주지 말고, 양념이 잎 사이사이에 들어가도록 가볍게 들었다 놓았다 하면 됩니다. 저는 이렇게 바꾸고 나서 풋내 걱정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손바닥이 아니라 손끝으로 만든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겉절이는 결국 그날 먹는 반찬입니다. 한꺼번에 많이 만들어 두면 하루만 지나도 물이 흥건해지고 아삭함이 사라집니다. 한 통씩, 먹을 만큼만 만드시는 게 제일 맛있게 먹는 방법입니다.
명절 남은 음식과 겉절이는 짝꿍입니다
명절 지나고 이틀쯤 되면 냉장고에 전과 고기가 가득한데, 기름진 음식에 슬슬 젓가락이 안 가기 시작합니다. 그럴 때 제가 제일 먼저 꺼내는 게 알배기 한 통입니다. 겉절이 한 접시만 올려도 남은 전이 다시 맛있어지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특히 수육하고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기름진 고기를 매콤하고 아삭한 겉절이가 깔끔하게 잡아 줍니다. 칼국수에 곁들여도 좋고, 명절에 부친 전과 함께 드셔도 느끼함이 싹 가십니다. 이번 명절에 전을 부치신다면 느타리버섯 꼬치전과 겉절이를 한 상에 올려 보셔도 잘 어울립니다.
알배추는 요즘 사계절 내내 나오기 때문에 명절이 아니어도 언제든 만들 수 있습니다. 속이 노랗게 꽉 찬 것을 고르시면 단맛이 좋아서 설탕을 더 줄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절이지 않고 만들면 금방 물이 생기지 않나요?
A. 맞습니다. 절이지 않고 바로 버무리면 시간이 지나면서 물이 생깁니다. 그래서 이 방법은 만들자마자 바로 드실 때만 권합니다. 조금 두고 드실 거라면 소금물에 30분만 살짝 절였다가 헹궈서 버무리시면 물이 훨씬 덜 생깁니다.
Q. 멸치액젓 대신 국간장으로 해도 되나요?
A. 할 수는 있지만 맛이 꽤 달라집니다. 짠맛은 맞출 수 있어도 액젓 특유의 깊은 맛이 덜합니다. 액젓이 없으시면 국간장으로 간을 하시고, 새우젓을 조금 더 넣으시면 부족한 맛을 어느 정도 채울 수 있습니다.
Q. 덜 맵게 하고 싶은데 색은 살리고 싶어요.
A. 고춧가루를 절반으로 줄이고 나머지를 파프리카 가루로 채우면 색은 비슷하게 나오면서 매운맛은 줄어듭니다. 고춧가루 3큰술 대신 고춧가루 1.5큰술, 파프리카 가루 1.5큰술을 섞어 쓰시면 됩니다.
Q. 다음 날까지 두고 먹으려면 어떻게 하나요?
A. 이미 버무린 겉절이는 통에 담아 냉장 보관하시되, 하루가 지나면 맛이 많이 떨어집니다. 두고 드실 거라면 썰어 둔 알배추와 양념을 따로 보관했다가 먹기 직전에 버무리시는 게 제일 좋습니다. 참기름과 통깨는 어떤 경우든 먹기 직전에 뿌려 주세요.
알배추 겉절이는 재료도 만드는 법도 단순한데, 절이는 시간과 버무리는 손놀림 두 가지만 신경 쓰면 맛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명절 뒤 냉장고를 정리할 때든, 갑자기 반찬 하나가 아쉬울 때든, 알배추 한 통만 있으면 30분 안에 밥상이 살아납니다. 한 번만 제대로 해 보시면 그다음부터는 레시피 없이도 손이 먼저 기억합니다.
참고: 우리의식탁 - 알배추겉절이 / 만개의레시피 - 배추겉절이 만드는 법 / 삼성푸드 - 알배추 겉절이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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