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는 5분만 쪄도 충분합니다

반찬 만들 기운도 없는 날, 냉장고 앞에 서서 한숨 쉬어본 적 있으신지요. 저는 시장 일을 하던 시절에 새벽부터 나갔다가 아침나절에 들어오면 딱 그 상태였습니다. 그때 거의 매일 만들던 게 양배추찜입니다. 물 끓이고 5분이면 끝나는 음식인데, 쌈장까지 직접 만들어 올리면 밥 한 그릇이 뚝딱 비워집니다. 손질법부터 찌는 시간, 쌈장 비율까지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채 썬 양배추로 만든 샐러드

양배추 손질법, 순서 하나가 잎 모양을 바꿉니다

양배추를 처음 손질할 때 많은 분들이 잎을 뜯어내려다 반 이상 부러뜨립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잎이 왜 이렇게 잘 부서지나 싶었는데, 원인은 간단했습니다. 심지를 먼저 제거하지 않고 잎을 억지로 떼어내려 했던 것입니다.

심지는 양배추 밑동 한가운데 박힌 단단한 줄기 부분입니다. 이 심지가 잎들을 모두 붙들고 있기 때문에, 심지를 먼저 도려내야 잎이 자연스럽게 분리됩니다. 칼로 V자 모양을 그리듯 심지를 파내면 손으로도 잎을 쉽게 벌릴 수 있습니다.

씻는 방법도 중요합니다. 겉만 헹구는 게 아니라 잎 사이사이에 낀 흙과 이물질을 빼내야 합니다. 찬물에 1~2분 담가두면 잎이 살짝 유연해져서 손상 없이 벌릴 수 있습니다. 다만 물에 오래 담가두면 맛이 빠지고 물러지므로 5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손질 순서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양배추 밑동에서 V자 모양으로 심지를 도려낸다
  2. 3~4등분으로 나눈 뒤 찬물에 1~2분 담가 잎을 유연하게 만든다
  3. 잎 사이사이를 손으로 벌리면서 흐르는 물에 씻는다
  4. 물에 담그는 시간은 5분을 넘기지 않는다

이 순서대로 하면 잎이 부서지지 않고 모양이 살아 있습니다. 모양이 살아야 밥을 올려 쌀 수 있으니, 손질 단계에서 이미 맛이 결정되는 셈입니다.

찌는 시간, 숫자보다 젓가락을 믿으세요

레시피마다 찌는 시간이 5분, 8분, 10분으로 제각각입니다. 어느 것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양배추의 크기와 두께, 찜기의 화력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도 처음엔 넉넉히 익히겠다고 십몇 분씩 뒀다가 잎이 죽처럼 흐물해지는 경험을 했고, 반대로 급하다고 3분 만에 꺼냈더니 심지 쪽이 설컹거려서 씹다가 뱉은 적도 있습니다. 여러 번 실패하고 나서야 감을 잡았습니다.

찜기로 찌는 것과 물에 삶는 것은 결과가 꽤 다릅니다. 찜기는 끓는 물에서 올라온 김이 재료를 감싸며 익히는 방식이라 물기가 표면에 고이지 않습니다. 반면 삶으면 양배추가 물속에 완전히 잠기기 때문에 맛이 물로 빠져나가고 잎도 쉽게 물러집니다. 제가 직접 비교해봤을 때 찐 것과 삶은 것은 식감 차이가 확연했습니다. 삶은 것으로 쌈을 싸면 밥이 젖어버려 먹기도 불편했습니다.

겉잎과 속잎을 같이 넣으면 익는 정도가 달라지는 것도 제 경험에서 배웠습니다. 두꺼운 겉잎을 먼저 찜기에 올리고, 얇은 속잎은 2~3분 뒤에 올리면 함께 알맞게 익습니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이 타이밍 하나로 맛이 꽤 달라집니다. 채소를 알맞게 익히는 감각은 품목마다 다른데, 아스파라거스 요리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습니다.

찌기 전에 양배추 위에 청주를 조금 뿌리면 잡내가 김과 함께 날아갑니다. 없으면 생략해도 되지만, 있으면 쓰는 편이 낫습니다. 제 경험상 청주를 뿌렸을 때 양배추 자체의 단맛이 더 또렷하게 느껴졌습니다.

쌈장 레시피, 비율이 맛을 결정합니다

양배추찜이 다이어트 식단으로만 소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밥을 줄이려고 억지로 먹는 음식처럼 그려지는데, 저는 그게 좀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잘 쪄낸 양배추는 그 자체로 단맛이 나서 밥을 더 먹게 되지 덜 먹게 되지 않습니다. 억지로 참는 음식이 아니라 그냥 맛있는 반찬으로 봐야 오래 먹을 수 있습니다.

그 맛을 완성하는 것이 쌈장입니다. 쌈장은 된장과 고추장을 어떤 비율로 섞느냐에서 맛의 방향이 갈립니다. 된장이 많으면 구수하고 짠맛이 강해지고, 고추장이 많으면 매콤하고 달콤한 쪽으로 기웁니다. 제가 오래 써온 비율은 된장 1큰술에 고추장 1/2큰술입니다. 이 비율에서 양배추의 단맛과 균형이 잘 맞았습니다.

1~2인분 기준 쌈장 재료는 된장 1큰술, 고추장 1/2큰술, 다진 마늘 1/3큰술, 참기름 1/3큰술, 깨 1/2큰술입니다. 모두 그릇에 넣고 섞으면 끝입니다. 두부가 있으면 물기를 꼭 짠 뒤 1큰술 정도 으깨 넣어보세요. 짠맛이 줄고 고소함이 올라와서 훨씬 부드러워집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 넣었을 때 맛이 이렇게 달라지나 싶었습니다.

4인분용으로 넉넉하게 만들 때는 된장 3큰술, 고추장 2큰술, 꿀 1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부순 깨 1/2큰술, 참기름 1작은술로 늘립니다. 꿀이 들어가면 단맛이 생겨 아이들도 거부감 없이 먹습니다. 직접 만들면 시판 쌈장보다 짠 정도를 마음대로 맞출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양배추를 찜기 없이 전자레인지로 쪄도 되나요?

A. 전자레인지로도 가능하지만 결과물이 다릅니다. 전자레인지는 재료 안쪽에서 열이 올라와 수분이 표면에 고이기 쉬워서 물기가 많아지고 잎이 금방 물러집니다. 찜기를 쓰면 김이 바깥에서 감싸며 익히기 때문에 물기가 덜 생기고 아삭함이 남습니다. 찜기가 없다면 냄비에 물을 조금 붓고 채반을 올려 대신 쓰셔도 됩니다.

Q. 찌는 시간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요? 레시피마다 달라서 헷갈립니다.

A. 레시피마다 시간이 다른 이유는 양배추 크기와 찜기 화력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숫자를 맹신하기보다 5분이 지난 시점에 한 번 열어서 젓가락으로 심지 부분을 찔러보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젓가락이 부드럽게 들어가면 완성입니다. 아삭하게 드시고 싶다면 5~6분, 부드럽게 드시고 싶다면 8분을 기준으로 잡고 직접 확인해 가며 본인만의 시간을 찾으세요.

Q. 쌈장이 너무 짜게 됐을 때 고칠 수 있나요?

A. 가장 빠른 방법은 물기를 꼭 짠 두부를 으깨 넣는 것입니다. 두부가 짠맛을 잡아주면서 고소함도 더해줍니다. 꿀이나 올리고당을 조금 넣는 방법도 짠맛을 눌러줍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된장 양을 줄이고 두부를 기본 재료로 넣어두면 간 맞추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Q. 남은 찐 양배추는 얼마나 보관할 수 있나요?

A. 완전히 식힌 뒤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면 다음 날까지는 아삭함이 어느 정도 살아 있습니다. 이틀이 지나면 수분이 빠지면서 식감이 확연히 떨어집니다. 처음부터 많이 쪄두기보다는 그날 먹을 양만 쪄서 바로 먹는 것이 가장 맛있습니다.

마무리

양배추찜은 재료비도 낮고 조리 시간도 짧지만, 손질 순서와 찌는 시간을 한 번만 제대로 익혀두면 그 뒤로는 실패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쌈장 비율도 한두 번 만들다 보면 내 입맛에 맞는 농도가 잡힙니다. 처음엔 5분 찌고 젓가락으로 찔러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남이 정해준 시간보다 내 손이 기억하는 시간이 훨씬 정확합니다. 억지로 참는 다이어트 식단이 아니라, 그냥 맛있어서 자주 찾게 되는 반찬이 되기를 바랍니다.

참고: 만개의레시피 — 양배추 찌는 법, 찌는 시간, 쌈장 양념장 레시피 / 만개의레시피 — 양배추 쌈 찌는시간 찌는법 쌈장 만드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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