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란 만지고 손이 가려웠다면

솔직히 저는 토란을 처음 만졌을 때 이게 이렇게 손을 괴롭히는 재료인지 전혀 몰랐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맨손으로 껍질을 벗기다가 손바닥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가려워지는 경험을 했고, 그때서야 "이거 그냥 감자가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토란국을 직접 끓여보려는 분들이라면, 손질 순서와 간 맞추는 요령만 알아도 절반은 이미 성공한 겁니다.

흙이 묻은 채로 상자에 담긴 토란


재료 (4인분)

  • 토란 1kg, 소고기 양지 600g
  • 육수: 무 한 토막, 양파 반 개, 자른 다시마 5~6개, 대파 약간
  • 양념: 다진 마늘, 국간장, 소금, 후추
  • 선택: 들깻가루

토란 고르기와 손질, 순서가 전부입니다

토란을 고를 때 저는 두 가지만 봅니다. 표면에 흙이 적당히 묻어 있을 것, 그리고 껍질에 수분이 남아 있어 촉촉한 것. 지나치게 건조하거나 쪼글쪼글한 건 이미 물이 많이 빠진 겁니다. 크기는 너무 크지 않고 비슷비슷한 게 모양 잡기 좋습니다. 통째로 쓸 수 있어서 자르는 번거로움도 줄어들고요.

손질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옥살산칼슘입니다. 토란 껍질에 들어 있는 성분인데, 피부에 닿으면 가려움과 발진을 일으킵니다. 긁으면 더 번지고, 물로 씻어도 잘 가라앉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기에 단언할 수 있는데, 장갑 없이는 절대 손을 대지 않는 게 맞습니다. 피부가 예민하다면 껍질을 조금 두껍게 벗겨내는 쪽이 낫습니다.

"껍질부터 벗기면 되지 않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그 순서가 문제라고 봅니다. 생토란은 미끄럽고 단단해서 칼이 제대로 안 들어갑니다. 힘을 주다 미끄러지는 것도 위험하고, 무엇보다 시간이 두 배로 걸립니다. 손질 순서를 제대로 지키면 일이 놀라울 만큼 줄어듭니다.

  1. 흙을 대충 씻어낸 토란을 쌀뜨물에 넣고 약 5분간 데칩니다.
  2. 비닐장갑을 낀 채 찬물에 문지르면 겉껍질이 쑥 밀려 벗겨집니다.
  3. 껍질을 벗긴 토란을 다시 쌀뜨물에 10분 정도 담가둡니다. 이 과정이 아린 맛 제거의 핵심입니다.

세 번째 단계가 특히 중요합니다. 아린 맛이란 토란 특유의 떫고 텁텁한 뒷맛을 말하는데, 데친 것만으로는 완전히 빠지지 않습니다. 쌀뜨물에 충분히 담가야 잡냄새와 함께 걸러집니다. 시중 레시피들이 이 단계를 "껍질을 벗겨 준비한다" 한 줄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그게 늘 아쉬웠습니다. 초보자가 막히는 지점이 정확히 저 한 줄이거든요.

육수 내기, 핏물 빼는 시간을 아끼지 마세요

토란국 육수의 기본은 소고기 양지입니다. 소의 앞가슴 부위 살코기라 오래 끓여도 퍽퍽해지지 않고 구수한 국물이 나옵니다. 갈비나 사태를 쓰시는 분들도 있는데, 제 경험상 토란국처럼 담백하게 끓이는 국에는 양지가 제일 잘 맞습니다. 기름이 너무 많으면 토란의 부드러운 맛을 가립니다.

소고기는 찬물에 30분 이상 담가 핏물을 뺍니다. 이 시간을 줄이려고 따뜻한 물을 쓰는 경우도 있는데, 저는 권하지 않습니다. 찬물에 천천히 빼야 잡내가 훨씬 잘 빠지고, 국물도 맑게 나옵니다.

냄비에 물을 붓고 소고기, 무, 다시마, 양파, 대파를 한꺼번에 넣어 센 불에서 끓입니다. 국물이 끓어오르면 다시마와 무는 건져냅니다. 다시마를 너무 오래 두면 국물이 끈적해지니 10분 안에 건져내는 게 좋습니다. 이후 소고기가 충분히 익을 때까지 중약불로 더 끓입니다. 익은 소고기는 건져서 결대로 찢고, 국간장과 다진 마늘, 참기름, 후춧가루로 밑간을 해두면 나중에 국에 넣었을 때 맛이 훨씬 잘 배어납니다.

장사할 때 추석이 가까워지면 토란이 상자째로 들어왔습니다. 다른 물건은 손님이 알아서 고르시는데, 토란만은 꼭 물어보셨습니다. "이거 어떻게 까요?" 그때 저는 손질법과 함께 항상 이 말을 덧붙였습니다. "육수는 넉넉하게 내세요." 토란이 국물을 제법 빨아들이는 재료라, 육수가 빠듯하면 끓이는 사이에 국물이 줄어 간이 세지기 쉽습니다.

끓이기와 간 맞추기, 싱겁다 싶을 때 멈추세요

육수에 밑간한 소고기와 손질해둔 토란을 함께 넣고 끓입니다. 만드는 방법 자체는 소고기 뭇국과 거의 같고, 삶아 손질한 토란이 들어가는 점만 다릅니다. 어렵게 생각할 이유가 없습니다. 핵심은 간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있습니다.

간은 국간장으로 색을 잡고 소금으로 마무리합니다. 국간장은 일반 간장보다 색이 짙고 짠맛이 강해 국물 요리에 쓰는 간장인데, 소금만으로 맞출 때보다 국물에 깊이가 생깁니다. 소금을 처음부터 넣으면 짠맛만 도드라져 국물이 가벼워집니다.

제가 집에서 토란국을 끓일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바로 여기입니다. 끓는 냄비에서 맛을 보고 딱 맞다 싶으면, 상에 올려 식은 뒤에는 어김없이 짭니다. 뜨거울 때는 짠맛이 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늘 "싱겁다 싶을 때" 불을 끕니다. 이 원칙 하나만 지켜도 국이 짜서 실패하는 일이 없습니다.

들깨를 좋아하는 분들은 간을 맞춘 뒤 들깻가루를 풀어 한소끔 더 끓이면 들깨 토란국이 됩니다. 고소한 향이 국물에 더해져 훨씬 풍성해집니다. 토란 특유의 아린 맛이 조금 남아 있어도 들깨 향이 덮어주는 효과가 있어, 처음 끓여보시는 분께는 오히려 들깨 버전을 권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에 썬 대파를 올리면 완성입니다. 토란국이 명절 상에서 점점 밀려나는 이유가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손질이 번거로워서라고 저는 봅니다. 실제로 토란 한 봉지 사놓고 결국 버리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순서만 알면 그 번거로움이 절반은 줄어드는 음식인데, 그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게 늘 아쉬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토란을 만졌더니 손이 가렵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토란 껍질의 옥살산칼슘 성분이 피부에 닿으면 가려움과 발진을 일으킵니다. 긁으면 더 번지고 물로 씻어도 금방 가라앉지 않습니다. 예방법은 하나뿐입니다. 비닐장갑을 끼고 손질하는 것입니다. 이미 가려운 상태라면 흐르는 찬물에 충분히 씻고, 증상이 심하면 병원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Q. 토란국을 끓였는데 아린 맛이 남습니다. 원인이 무엇인가요?

A. 쌀뜨물에 담그는 시간이 짧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데친 직후 바로 쓰지 말고, 껍질을 벗긴 토란을 쌀뜨물에 최소 10분 이상 충분히 담가두는 과정이 아린 맛 제거의 핵심입니다. 들깻가루를 더해 끓이면 남아 있는 아린 맛을 어느 정도 덮어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Q. 토란은 어떻게 보관하면 오래 가나요?

A. 신문지에 싸서 서늘하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두면 한 달 정도는 멀쩡하게 유지됩니다. 제 경험으로는 냉장고보다 신문지 보관이 낫습니다. 냉장 보관하면 수분이 빠져 식감이 떨어집니다. 손질 전 상태 그대로 보관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Q. 토란국을 왜 추석에 먹나요?

A. 토란의 제철이 가을이라 추석과 딱 맞아떨어지기도 하고, 기름진 명절 음식 사이에서 속을 편하게 해주는 국이라는 실용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예부터 속이 꽉 찬 토란을 두고 '알토란 같다'고 표현하며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로 먹어온 음식이기도 합니다. 설날의 떡국처럼, 추석 차례상에 올리고 나눠 먹는 상징성이 있는 국입니다.

Q. 들깨 토란국과 일반 토란국, 어느 쪽이 더 낫나요?

A. 어느 쪽이 더 낫다기보다 취향의 문제라고 봅니다. 담백하고 깔끔한 국물을 원한다면 일반 토란국이 맞고, 고소하고 풍성한 맛을 원한다면 들깻가루를 풀어 끓이는 쪽이 낫습니다. 토란 손질이 처음이어서 아린 맛이 남을까 걱정된다면, 들깨 버전을 시도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토란국은 손질만 잘 하면 그다음은 어렵지 않습니다. 장갑 착용, 쌀뜨물 데치기, 충분한 담금 시간, 이 세 가지 순서를 지키는 것이 전부입니다. 올 추석에 토란국을 처음 끓여보려는 분이라면, 레시피보다 손질 순서를 먼저 익히고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한 번 요령을 잡아두면 해마다 추석 상에 자신 있게 올릴 수 있는 국이 생깁니다.

명절 음식 하나 더 보시려면 새송이버섯 꼬치전 만드는 법도 함께 참고하세요.

참고: 교보생명 블로그 — 추석음식 토란국 끓이는 방법과 토란 손질법 / 만개의레시피 — 토란국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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