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전 활용 전찌개, 육전보다 동그랑땡이 맛있습니다

명절이 지나고 나면 냉장고에 전 접시가 몇 개씩 남습니다. 데워 먹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사흘째가 되면 기름 냄새에 손이 잘 안 갑니다. 저희 집에서는 이럴 때 어머니가 남은 전을 모아 얼큰하게 찌개를 끓여주셨습니다. 고춧가루를 풀어 육개장처럼 벌겋게 끓인 국물에 전이 들어가 있었는데, 명절 음식에 질린 입이 그 한 그릇에 확 풀렸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직접 끓여본 건 아니지만, 그때 먹던 맛을 떠올려 순서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시원하게 콩나물을 넣을 것, 그리고 전은 맨 마지막에 넣을 것.

콩나물과 동그랑땡이 들어간 얼큰한 빨간 국물의 전찌개 한 냄비



어떤 전을 넣으면 맛있을까

남은 전이라고 다 찌개에 잘 어울리는 건 아닙니다. 제 기억으로는 동그랑땡이 제일 맛있었습니다. 고기와 두부가 들어 있어서 국물을 머금으면 속까지 촉촉해지고, 국물에도 고소한 맛이 우러납니다. 동태전, 호박전, 버섯전도 무난하게 어울립니다.

반대로 육전은 개인적으로 별로였습니다. 얇게 편 고기를 부친 거라 국물에 들어가면 계란옷만 흐물흐물해지고 고기는 오히려 질기게 느껴졌습니다. 육전은 찌개보다는 그냥 데워서 드시는 쪽을 권합니다.

정리: 동그랑땡·동태전·호박전·버섯전은 찌개에 넣고, 육전은 따로 데워 드세요.

재료 (2~3인분)

  • 남은 전 400g 정도 (동그랑땡 위주로)
  • 콩나물 200g (큰 한 줌)
  • 무 100g
  • 양파 1/2개
  • 대파 1대
  • 고춧가루 2큰술
  • 다진 마늘 1큰술
  • 국간장 1큰술
  • 식용유 1큰술
  • 물 800ml (멸치 육수면 더 좋습니다)
  •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고추기름 내기 — 냄비에 식용유를 두르고 대파 흰 부분을 먼저 볶아 향을 냅니다. 불을 약하게 줄이고 고춧가루를 넣어 30초 정도만 저어 줍니다. 고춧가루는 금방 타니 불 조절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하면 육개장처럼 벌건 국물이 나옵니다.
  2. 무 넣고 끓이기 — 나박하게 썬 무를 넣어 한 번 볶은 뒤 물을 붓고 무가 투명해질 때까지 10분 정도 끓입니다.
  3. 콩나물 넣기 — 콩나물과 양파를 넣고 뚜껑을 덮어 5분 끓입니다. 중간에 뚜껑을 여닫으면 콩나물 비린내가 날 수 있으니 한 번에 익히세요. 콩나물이 들어가야 국물이 시원해집니다.
  4. 간 맞추기 — 다진 마늘과 국간장을 넣고 간을 봅니다. 전 자체에 간이 배어 있어서 이 단계에서는 싱겁다 싶을 정도로 두는 게 좋습니다.
  5. 전은 마지막에 — 전을 넣고 2~3분만 더 끓입니다. 오래 끓이면 계란옷이 벗겨지고 전이 풀어져서 국물이 탁해집니다.
  6. 마무리 — 대파 초록 부분을 넣고 불을 끕니다. 싱거우면 소금으로 마지막 간을 맞추세요.
정리: 고추기름 → 무 → 콩나물 → 간 → 전 → 대파 순서. 전은 2~3분만 끓여야 모양이 살아 있습니다.

끓일 때 자주 하는 실수

제일 흔한 실수는 전을 처음부터 넣고 오래 끓이는 겁니다. 전은 이미 익은 음식이라 국물 맛만 들이면 됩니다. 처음부터 넣으면 계란옷이 다 풀려서 찌개가 죽처럼 걸쭉해집니다.

두 번째는 간을 먼저 세게 하는 겁니다. 전이 들어가면 전에 밴 간이 국물로 빠져나오기 때문에, 전 넣기 전에 간을 딱 맞춰 두면 마지막엔 짜집니다. 간은 전을 넣은 뒤에 보시는 게 안전합니다.

남은 전이 부족하다면 두부나 애호박을 조금 더 넣어도 좋습니다. 명절에 부친 전이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하시면 새송이버섯 꼬치전 만드는 법과 느타리버섯 꼬치전 만드는 법도 함께 보세요. 꼬치전도 찌개에 넣으면 잘 어울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냉동해 둔 전도 넣어도 되나요?
A. 네, 넣어도 됩니다. 다만 얼린 채로 넣으면 국물 온도가 확 떨어지니, 냉장실에서 미리 녹이거나 넣은 뒤 한소끔 더 끓여 주세요.

Q. 얼큰한 게 싫으면 어떻게 하나요?
A. 고춧가루를 빼고 새우젓이나 국간장으로 간한 맑은 전찌개로 끓이셔도 됩니다. 콩나물은 그대로 넣어야 시원합니다.

Q. 끓인 전찌개는 얼마나 두고 먹나요?
A. 전이 국물에 들어가면 금방 풀어지기 때문에 끓인 날 드시는 게 제일 맛있습니다. 남길 것 같으면 먹을 만큼만 전을 넣어 끓이세요.

마무리

전찌개는 거창한 요리가 아니라, 명절 뒤 남은 음식을 버리지 않으려고 집집마다 끓여 먹던 음식입니다. 저에게는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벌건 국물과 콩나물의 시원한 맛으로 남아 있습니다. 남은 전이 냉장고에 있다면 동그랑땡부터 골라 한 냄비 끓여 보세요. 기름진 명절 음식에 지친 속이 한결 편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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