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숙주를 데쳤을 때 실패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콩나물 삶듯이 뚜껑 덮고 한참을 뒀더니, 건져 보니 전부 흐물흐물 녹아 있었습니다. 숙주나물은 생긴 것만 콩나물과 비슷할 뿐, 다루는 방법은 완전히 다릅니다. 데치는 시간 하나가 아삭함도, 물이 생기는 것도 다 가릅니다.

접시에 담긴 숙주나물무침과 쪽파, 통깨



숙주나물무침 재료 (숙주 300g 기준)

  • 숙주 300g (한 봉지)
  • 굵은소금 1/2큰술 (데칠 때)
  • 소금 1/3~1/2작은술 (간은 조금씩 보면서)
  • 참기름 1큰술
  • 깨소금 1큰술
  • 다진 마늘 1/2큰술, 쪽파 1~2대 (집 반찬용일 때만, 차례상용은 뺍니다)

숙주는 콩나물과 뭐가 다를까

숙주나물은 녹두를 싹 틔워 기른 나물이고, 콩나물은 콩을 싹 틔운 것입니다. 숙주는 콩나물보다 훨씬 연하고 열에 약합니다. 그래서 콩나물처럼 데쳤다가는 콩나물은 아삭하게 나오는데 숙주만 죽처럼 풀어져 버립니다.

숙주는 물기가 많은 나물이라, 데치고 나서도 무치고 나서도 물이 잘 생깁니다. 이 물을 어떻게 잡느냐가 숙주나물의 전부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명절이면 숙주나물은 차례상 나물에 자주 오릅니다. 제가 장사할 때도 명절 앞에는 숙주 봉지가 콩나물보다 먼저 동날 정도였습니다. 삼색나물 가운데 고사리와 도라지를 함께 준비하신다면 고사리나물 볶음도라지무침 만드는 법도 정리해 두었습니다.

데치는 시간, 생각보다 짧아야 합니다

레시피를 찾아보면 숙주를 2분 30초에서 3분씩 데치라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저는 조금 길다고 봅니다. 한 봉지 정도면 끓는 물에 넣고 1분에서 1분 30초면 속까지 충분히 익습니다. 오래 데칠수록 아삭함이 사라지고, 무치고 나서 물도 더 많이 생깁니다.

그리고 건지자마자 찬물에 헹구는 게 중요합니다. 그냥 두면 숙주에 남은 열 때문에 꺼낸 뒤에도 계속 익어서 금방 물러집니다.

  1. 숙주는 볼에 담아 물을 붓고 살살 흔들어 2~3번 씻습니다. 물에 뜨는 녹두 껍질은 건져 냅니다.
  2. 물이 팔팔 끓으면 굵은소금 1/2큰술을 넣고 숙주를 넣습니다.
  3. 1분쯤 지나면 한 가닥 건져 씹어 봅니다. 비린 맛이 없고 살짝 아삭하면 바로 건집니다.
  4. 건지자마자 찬물에 넣고 손으로 살살 뒤적여 빨리 식힙니다.
  5. 물기를 꼭 짭니다. 이걸 대충 하면 양념이 묽어집니다.
  6. 먹기 직전에 소금, 참기름, 깨소금을 넣고 살살 무칩니다.

미리 무쳐 두면 소금 때문에 숙주에서 물이 계속 빠져나옵니다. 오래 둘수록 물이 흥건해지고 아삭함도 줄어듭니다. 그래서 무치는 건 꼭 마지막에 하셔야 합니다.

차례상에 올릴 땐 마늘과 파를 빼세요

장사할 때 손님들이 "숙주나물에 마늘 넣어도 돼요?" 하고 종종 물으셨습니다. 저는 집에서 드실 거면 넣으시고, 차례상에 올리실 거면 빼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예부터 제사 음식에는 마늘이나 파처럼 향이 센 양념을 잘 쓰지 않는다고들 하니까요.

꼭 지켜야 하는 규칙이라기보다는 오래 내려온 관습이라 집집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어른들이 모이는 명절에는 이렇게 하시는 게 무난합니다. 집 반찬으로 드실 때는 소금, 다진 마늘, 쪽파, 참기름, 깨소금을 다 넣으시고, 차례상용은 마늘과 파를 빼고 소금, 참기름, 깨소금만으로 간을 맞추시면 됩니다.

간은 꼭 조금씩 보면서 하세요. 소금은 한 번 많이 들어가면 되돌릴 수 없으니, 반만 넣고 맛본 뒤 더하시는 게 실패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참기름도 마지막에 넣어야 고소한 향이 그대로 삽니다.

아삭함을 끝까지 지키는 요령

숙주는 사 온 날 바로 쓰시는 게 제일입니다. 하루만 지나도 끝이 누렇게 변하고 냄새가 올라옵니다. 장 보실 때도 숙주는 쓸 날에 맞춰 사 오시는 게 훨씬 낫습니다.

명절처럼 여러 가지 음식을 한꺼번에 준비할 때는 숙주만 데쳐서 물기를 짜 두고, 양념은 상 차리기 직전에 하세요. 미리 무쳐 두면 상에 올릴 때쯤 그릇 바닥에 물이 고이고 아삭함도 줄어듭니다. 데친 상태로 냉장고에 두었다가 상 올리기 직전에 무치면 훨씬 낫습니다.

정리하면 딱 세 가지입니다. 데친 뒤 물기를 꼭 짤 것, 미리 무치지 않을 것, 소금 간은 마지막에 할 것. 이 세 가지만 지키시면 상에 올려도 물이 잘 생기지 않고 아삭함이 오래 갑니다. 삼색나물의 초록을 맡는 시금치는 시금치 고르는 법, 추석 앞엔 뿌리 색부터 보세요를 참고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Q. 숙주 데치는 시간은 몇 분이 맞나요?

A. 2~3분을 권하는 레시피도 있지만, 제 경험상 한 봉지(300g) 정도면 1분에서 1분 30초면 충분합니다. 양이 많으면 조금 더 두시고, 중간에 한 가닥 건져 씹어 봐서 비린 맛이 사라졌으면 바로 꺼내세요.

Q. 차례상 숙주나물에는 왜 마늘을 안 넣나요?

A. 예부터 제사 음식에는 마늘이나 파처럼 향이 센 양념을 피하는 관습이 있어서입니다. 정해진 규칙은 아니라 집집마다 다를 수 있지만, 차례상에 올릴 때는 소금·참기름·깨소금만으로 간하시는 게 무난합니다.

Q. 미리 무쳐 두면 왜 물이 생기나요?

A. 소금이 닿으면 숙주 안의 물기가 밖으로 빠져나오기 때문입니다. 오래 둘수록 물이 많아지고 아삭함도 사라집니다. 데쳐서 물기를 짜 두었다가 먹기 직전에 양념하시면 됩니다.

Q. 숙주 보관은 어떻게 하나요?

A. 사 온 날 바로 쓰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 꼭 두셔야 한다면 냉장 보관하시고 이틀 안에 쓰세요. 데친 숙주는 물기를 짠 뒤 냉장고에 두면 하루 정도는 괜찮습니다.

Q. 데칠 때 소금은 꼭 넣어야 하나요?

A. 꼭은 아니지만, 굵은소금을 조금 넣고 데치면 숙주에 살짝 밑간이 됩니다. 반 큰술 정도면 충분하고, 많이 넣으면 나중에 무칠 때 간 맞추기가 어려워집니다.

숙주나물은 손이 많이 가는 나물이 아닙니다. 끓는 물에 잠깐 넣었다 건지고, 찬물에 식히고, 먹기 직전에 무치면 됩니다. 다만 그 짧은 시간과 순서가 맛을 가릅니다. 처음엔 1분에 한 가닥 건져 씹어 보면서 감을 익히시면, 나중엔 시계를 안 봐도 됩니다. 명절 준비 중이시라면 숙주는 상 차리기 직전에 무친다, 이것 하나만 기억하셔도 절반은 성공입니다.

참고: 만개의레시피 - 숙주나물 무침 만드는 법 명절이나 제사 음식 / 컬리 - 숙주나물무침 레시피 / 브런치 - 숙주나물무침 만들기 숙주나물 데치기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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